티스토리 뷰

반응형

외국인 친구 사귀기란 나와 거리가 멀었다. 지금 영어실력은 요즘 초등학생만큼도 못 따라갈 것 같고, 외국인 친구는커녕 한국인 친구도 쉽게 사귀기 힘든데 어떻게 다른 나라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소통을 하는지 이젠 영어를 기본으로 해야만 할 것 같은 시대가 오고 있지만 스피킹, 영어 강의 같은 건 아직도 별로 관심 이 없다. 지금 하는 일도 온전히 못하고 있고 영어 공부할 시간을 따로 낼 생각도 안 든다.

 

내가 외국인과 대화하 본거라곤 학교 다닐 때 원어민 선생님, 그리고 고시원에 거주할 때 한번 같이 맥주를 마신 외국인 친구, 고시원 주방에서 영어로 말을 걸던 사람이 전부다. 길가다 나에게 길을 물어본 외국인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으니 대화했다 말하기도 힘들 것 같다. 

 

고시원 학생 어학원

이번엔 고시원에 2년간 거주하면서 생긴 이야기 중 외국인에 관한 포스팅을 작성하려 한다. 

 

내가 거주한 고시원은 총 3군데인데 그중 첫 번째 고시원에선 유독 외국인이 많았다. 대학교와 가까워 어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들어온 것 이겠지만 단지 가깝다는 이유로 외국인이 많았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난 세 번째 고시원이 첫 번째 고시원과 같은 대학교 바로 앞의,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는데도 좀 더 멀었던 첫 번째 고시원에 외국인이 많았다. 

 

고시원 사장 아줌마가 친절해서 어딘가에 좋은 후기라도 올라왔던 걸까 입소문이라도 난 건지 마케팅이 잘된 건지 유독 그랬던 것 같다.

 

 

그 첫 번째 고시원에서 거의 하루 이틀밖에 말하지 않았지만 나름 외국인 친구라고 호칭해도 될 것 같은 외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

언제 한 번은 날이 따듯할 때 고시원 옥상에 있는 벤치에서 김치볶음밥을 먹고 있었는데 외국인 여자분이 옥상에 설렁설렁 올라오더니 바깥구경을 하면서 옥상 벽에 기대 있는데 그분이 피지컬이 하도 좋아 모델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처음 보는 사람 흘금흘금 쳐다보는 것도 이상하고 난 폰으로 영상 보면서 밥 먹기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그 여자분이 나한테 천천히 걸어오더니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저 여기 앉아서 먹고 싶은데 조금 혼자 앉으면 조금 그래요. 여기 같이 앉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뭉개지는 발음도 거의 없이 말하는 게 그냥 한국인이었다. 

 

외국인이 말을 걸어 순간 놀랐지만 한국말하는 걸 듣고는 안심해서 냉큼 좋다고 대답했다.

외국인 친구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자기가 어제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 갔는데 2+1 행사를 보고 홀려서 혼자 맥주를 3캔이나 구매했다고 하며 혹시 맥주 좋아하냐고 물어보았다.

 

내가 맥주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나도 몰랐지만 '같이 마시자는 뜻이구나' 생각하고 좋다고 대답했다. 외국인 친구가 잠깐 방으로 들어갔다 와서 차가운 맥주캔을 두 개 가져왔다.

 

그렇게 맥주를 까고 약 30분간 대화를 했는데 초면에 외국인이고, 고시원에서 얘기할 상대가 있던 적이 별로 없었으니 나름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니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폰은 한국 와서 산거예요?” ”아뇨,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샀어요” 외국인이 삼성폰 사용하는 것도 신기하더라. 난 가본 적도 없고 외국인과 교류가 있던 적도 없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별걸 다 신기해한 것 같다.

 

괜히 키도 크고 멋있어서 나보다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한 살 어린 동생이었다.

“난 김치찌개 좋아해요 만들어먹어요.” 난 김치 만들어본 적 없는데! 김치찌개 만들어먹는 걸 좋아한다고 했고 한국에서 디자인 직종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디자인을 하고 싶다니,,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건가 싶었다.

 

“다음에 같이 치킨 시켜먹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길래 “와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물론 다음에 치킨을 같이 시켜 먹은 일은 없었다. 역시 "나중에 밥 한 끼 먹어요~"같은 뉘앙스였나 보다.

 

이 외에도 다른 외국인들과의 대화도 있긴 했는데 그냥 한두 마디가 오가는 정도였다, 하긴 다른 나라에 와서 생활을 하는 거니 나보단 그 사람들이 더 낯설었겠지 싶다.

 

고시원 외국인 요리 주방고시원 외국인 요리

 

고시원에서의 대화는 보통 주방에서 이뤄진다. 언제는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길래 “내가 영어 못해요”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외국인이 “차이니즈?”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노노 코리언” 외국 언니가 쏘리~ 어쩌고 저쩌고. 자긴 한국말을 잘 모른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듯했다. 고시원에 살다 보면 이렇게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그렇다고 문화의 교류나 영어실력 향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막 한국으로 와 어학원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말을 잘 못하지만 다들 열심히 공부해서 금방 습득하는 것 같았다. 내 또래일 텐데 참 대단해 보였다. 

 

난 혼자 독립한다고 혼자 고시원 나와 사는 걸 나름 엄청난 도전이라고 느꼈는데 외국에서 한국으로 와 고시원 생활하며 한국어 배우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감탄사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낯을 많이 가리는 나는 먼저 말을 걸거나 인사를 하진 않지만 외국인들이나 아저씨들은 비교적 말을 잘 거는 편이다.

 

하루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김치 넣고,, 김치 국물 넣고 볶기..

옆에 있던 아저씨가 ”이야~제대로 할 줄 아시네, 김치찌개죠?”

"아,, 네? 네 ㅎㅎ,," “후추는 후추는 안 넣어요?”

 

“김치찌개에 후추가 들어가나요? 김치찌개 처음 해봐서요”

"조금 넣어줄게요,, 요정도! 내가 그리고 죽이게 요리하는 게 있는데~” “아, 어떻게요?”

 

“고추기름을 만들면 요리가 다 끝나! 주저리주저리 이렇게 다음에 요리할 때 옆에 어쩌다 마주치면 그때 맛있는 찌개 해줄게~ 제대로 맛있지!” 

그냥 저러다 방으로 가셨다. 고시원에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일은 있지만 친해질 일은 없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외국인 인사 문화 스피킹 공부

 

외국인들은 복도에서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한다. ”하이!" 나는 공손하게 목인사를 하며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하이라고 하는 건 어색해서 그랬다. 친구들한테 얘기하니 "너도 같이 하이 하지!" 하던데 복도에서 고개 떨구고 걷는 한국인들만 보다 낯선 외국인이 먼저 인사를 걸면 일단 당황 먼저 하게 되니 평소 하던 대로 인사말이 나오게 된 것 같다.

 

고시원 주방에서는 은근 사람들이 요리를 다양하게 해 먹는다. 특히 어학원 다니는 외국인들이 떡볶이와 김치찌개, 라면 끓이는 모습을 보면 속으로 혼자 재밌어한다. 

 

친절한 고시원 사장 아줌마는 외국인 학생들이 떡볶이 만들 때 옆에서 레시피를 알려주기도 한다. 서로 모국어와 바디랭귀지로 소통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아침에 식빵 한 장에 계란 프라이로 식사를 하던 사람도 있던데 속으로 '오,, 외국인,,,'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럼 그 순간 스스로 한국 촌놈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데 그런 생각을 내가 하는 것도 재밌다. 

 

요즘은 sns나 어플, 화상채팅 등으로 외국 친구를 사귀기도 하던데 아직 나와는 거리가 매우 먼 느낌이다. 그래도 언젠간 정말 나중에라도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적 교류를 위해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물론 지금은 아니다. 지금 하려는 일 먼저 열심히 해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