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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고시원의 복도는 좁았다

(난 2년간 총 3군데의 고시원에서 거주했다). 오래된 건물의 오래된 고시원이었다. 1층에 음식점이 있어 벌레 걱정을 많이 했지만 1년 가까이 살면서 바퀴벌레는 본 적이 없고 집게벌레는 보았다. 그 외엔 작은 날파리 정도? 거주 기간이 정확하지 않아 고시원 전입 신고는 따로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청년 월세 지원 혜택을 고시원에서도 볼 수 있더라. 이 사실을 알았다면 혜택을 받기 위해 고시원 전입 신고를 했었을 것 같다.

 

썸네일

 

옆방엔 나보다 좀 더 나이가 많은 키 큰 청년이 살았고 또 옆방엔 외국인이 살았다. 재밌는 점은 고시원이 대학교와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지 어학당에 다니는 또래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했다. 이 얘긴 다음에 또 나올 예정이다.

 

고시원 첫날엔 방을 열심히 청소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창문과 문 틀에 온갖 테이프 찌꺼기가 붙어있었다. 내가 만약 고시원 한 달만 지낸다 해도 깨끗이 하고 지내야겠단 생각으로 2시간 가까이 테이프 자국을 제거했다. 당시 한여름, 온 몸에 땀이 뻘뻘 났다.

 

고시원 방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남자 친구가 놀러 왔다. 친구도 놀러왔고 엄마도 놀러왔다. 물론 따로따로. 다들 표정으로 ‘너무 좁아…’라고 말한다. 말을 안 해도 눈에 보이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내가 “지금 좁다고 생각했지?”라고 말하면 백발백중 대답은 “응,,”이었다.

 

자유를 찾은 기념으로 새벽 2시에 혼자 편의점도 갔다 와 보고 친구와 놀고 집에 늦게 돌아오는 둥 못해봤던걸 해봤다. 그러다 문득 더 재밌는 걸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 혼자 여행도 다녀왔다. 집에 서라면 절대 할 수없던 것이다.

바다 여행사진바다 역광 뒷모습직접 찍은 바다 사진

 

멀지 않은 바닷가로 혼자 기차를 타고 2박 3일. 첫날은 게스트 하우스, 둘째 날은 큰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 (코로나19가 없었던 때였다). 가고 싶던 곳은 가고 가기 싫은 곳은 가지 않았다. 혼자였기에 이 여행이 꼭 재밌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다.

 

재미없어도 된다. 하지만 굉장히 재밌었다. 혼자 큰 배낭을 메고 맛집을 가니 뒤에서 “혼자 여행 왔나 봐”수군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혼자 오는 게 신기했나 보다.

 

강릉바다 방파제

 

길치여서 항상 구글 지도를 켜고 다니고 걷고 싶은 만큼 걷고 앉고 싶은 만큼 앉았다. 비가 조금 내려도 재밌고 해가 너무 강해도 즐거웠다. 어떤 날씨든 다 특별하게 느껴졌다. 자유의 첫 모금은 시원했다. 생각해보면 거진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애들이 모여 먹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며 떠드는 기분쯤이었던 것 같다.

 

파란하늘-고시원-여행혼자여행-걷기여행여자 혼자 여행

다음에 여행을 간다면 꼭 영상으로 기록을 남겨야겠다.

여행을 다녀온 뒤 바로 노트북을 구매했는데 당시 백만 원 대 였던 통장에서 70만 원이란 거금을 들였다. 2년이 더 지난 지금 그 노트북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고, 뭐 난 pc 없는 생활은 불가능한 사람이라 당연한 지출이라 생각했다. 이제 통장 잔고는 100만 원 이하! 다음 달 고시원 월세와 생활비를 쓰고 나면 굉장히 위태로운 금액이다.

 

엄마는 고시원 방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내가 돈 없는 백수라 더 가중 됐을 것 같았다. 고시원에 입주한 지 한 달 즘 지났고 생활이 좀 익숙해지니 통장 잔고가 위태로워졌다. 서울이라 그런가 가족들과 살던 동네보다 알바 자리는 많았다.

 

바로 구해지지 않아 조금 애가 탔지만 다행히 마땅한 일을 구해 월세를 제 날짜에 낼 수 있었다. 알바 시간이 길지 않아 돈을 모으진 못하지만 생활비엔 모자라지 않았다.

 

작은 침대에 누우면 내 시야에 천장 몰딩의 모양이 한눈에 보이게 좁은 공간에서 살아간 다는 게 익숙지 않지만 애초에 집을 나온 이유가 혼자 살기 위함이 아닌 도망에 가까웠기 때문에 초반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알바 여행 바다

 

다음 편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고시원 생활 후기를 포스팅합니다. 다음편 을 계속 보고 싶으시면 구독, 혹은 공유로 블로그 주소 저장해두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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