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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이사 3번, 총 2년간의 고시원 생활기를 기록하려고 한다. 몇 년이 지났지만 20대 초반의 여자가 혼자 고시원에 장기 거주하며 있었던 일들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될 것 같아 기록을 해두려 한다. 글솜씨가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적을 것 이기에 재미는 없고 정보와 썰이 가득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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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어떤 개인적 이유로 혼자 살아야겠다는 마음먹었다. 나이는 20대 초반이었고 통장에 돈은 200만 원이었기에 고시원으로 결정했다. 고시원에 들어간다 하니 주변 친구들은 흉흉한 세상에 남자도 아닌 여자가, 그리고 평소 독립적인 사람은 아녔기에 많은 걱정을 받았다.

 

하루빨리 집을 나갈 이사 계획을 세웠다. 위치는 본가와 너무 멀지 않고 너무 가깝진 않은 곳으로, 돈도 벌어야 하니 알바 자리를 빠르게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동네 번화가의 카페로 가서 고시원 어플로 여러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지금 방 구하고 있는데요. 창문이랑 샤워실 있는 방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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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락, 룸앤스페이스 지도 캡쳐

고시원 어플 혹은 사이트에 있는 실시간 빈 방 정보는 100퍼센트 정확하긴 힘들기 때문에 직접 전화를 하는 편이 좋다.

방문할 시간을 잡은 뒤 여러 고시원을 보러 다녔다. 지하철 역으로만 치면 4~5역쯤. 사실 더 옛날에도 고시원을 알아보러 다녔기에 경기도와 서울의 고시원 총 20군데는 넘게 방문한 셈이었다.

 

그중에 인상 깊었던 곳에 대해 말하자면, “총무가 그 시간엔 없으니 방 번호를 알려줄 테니 알아서 방을 보고 가라”라고 하는 곳 (그 방의 샤워실엔 갈색 바퀴벌레가 죽어있었다), 백발의 나이 든 할아버지 총무님 (공용 주방에 있는 냉장고가 고시원 소유가 아닌 총무님 본인의 것이라 하여 놀랐다), 초면이지만 친근한 척 내 어깨를 잡고 두드리던 고시원 사장 아저씨 (당시 어렸던 나로선 끔찍하게도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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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낮에도 밤처럼 어두운 복도를 가진 곳과 마치 ‘타인은 지옥이다’를 연상케 하고, 메리야스에 팬티를 입은 아저씨가 복도를 돌아다니던 시장 옆 저렴한 고시원, 막상 가보니 온갖 유흥가에 둘러싸여 있던 고시원 (심지어 가격이 비쌌다), 오라고 해서 방문했더니 사장도, 총무도 자리를 비워서 방도 보지 못한 곳, 매우 매우 습한 곳. 생각나는 곳은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별 볼 일 없는 얘기들이다.

 

월세를 먼저 고려해서 방문하다 보니 가는 곳마다 썩 좋아 보이진 않아 월세가 45만 원인 고시원도 방문해 보았는데 오래된 고시원이지만 대부분 리모델링이 되어있어 깔끔한 곳이 많았다. 좁은 건 마찬가지였지만.

 

 

난 가격과 위치를 고려해서 월 31만 원짜리 외창, 샤워실(화장실 x)이 같이 있는 작은 방으로 정했다. 희한하게 고시원 사장 아주머니가 방에서 작은 개를 키웠다. 넓은 옥상과 건조기가 마음에 들었다. 리모델링도 안 돼있는 오래된 건물에 오래된 고시원이었다.

 

고시원을 열심히 둘러본 다음날은 동네 대형마트에서 큰 캐리어를 구매했다. 25인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도 내방 옷장에 자리하고 있다. 15만 원 정도였다. 집으로 돌아와 캐리어에 짐을 가득 쌓아 몸 무게로 눌러대며 지퍼를 겨우 닫았다. 이삿짐 이라기엔 너무 적었고 여행이라기엔 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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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락, 룸앤스페이스 캡쳐

또 다음날 아침이 되었고 캐리어를 챙겨 가출 아닌 가출을 했다. 집을 나와야지 마음먹고 일주일도 안돼서 계획을 성공했다. 큰 캐리어를 들고 부랴부랴 나오니 도망을 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나의 첫 이사였다. 최대한 정보만 살려 잔잔하게 적으려 해서 그렇지 현실은 스펙터클 하게 흘러갔다.

 

첫 입주 날, 내가 살게 된 고시원은 계단이 없는 4층이라 남자 친구가 와서 들어주었다.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 혼자 캐리어를 들고 4층 계단을 오르는데 20분은 걸렸을 거라 확신한다. 

 

이번 편은 여기까지. 글 한편이 길어지면 루즈해질 것 같아 여러 편으로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다음 편에 [2-고시원 생활기]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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